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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 그리고 포스트 모던타임즈

SOA, 그리고 포스트 모던타임즈


결국 SOA란 이런 것이다.

시스템의 기능도 패스트푸드체인처럼 표준화되어 서비스된다면, 지역과 조직이 다른 생경한 시스템의 기능도 서비스 받듯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내 시스템의 사용자는 내가 제공하는 기능이 내가 짠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되고 알 수도 없다.

나는 사방팔방의 서비스를 모으고 모아 내가 해야 할 서비스를 제공할 뿐. 나의 시스템은 옆 부서의 정산 시스템을 호출하고, 파트너 기업의 주문 시스템을 콜한다. 이런 나의 시스템을 바다 건너 고객의 함수가 호출한다.

SOA에서 말하는 서비스는 소프트웨어의 3차 산업화에 대한 복선을 드리운다. 프로그램이란 제조되는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것. 우리는 한 나라의 3차산업 비중이 50%를 넘으면 서비스 경제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말을 한다. 소프트웨어도 이 서비스 경제 시대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SOA의 서비스는 기술 표준 ‘웹서비스(Web Serivces)’를 암시하고 있다. SOA의 이상은 기술에 얽매여 있지 않지만, 사실상 모든 IT 기업이 동의한 이 기술 흐름이 가장 현실적인 SOA의 구현체가 되리라는 데에 누가 이견을 내놓을까. 이미 아마존, 이베이, 구글 등의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이 기술로 오픈하고 있다.

웹서비스 교환 계약서인 WSDL(Web Services Description Language)과 이들 회사 이름을 함께 지금 바로 검색해 보자. SOA는 현재 진행형임을 목격할 수 있다. 바야흐로 IT의 서비스 경제 시대다.

이제 프로그램도 인간의 비즈니스처럼 계약에 의거 서로를 부르고 서로에 의존하며 서비스를 주고 받는 시대라고 이해해도 좋을까? 이상적으로 모듈화된 궁극의 지능형 시스템이 지구를 덮어 가게 되는 것일까?

이런 일이 있었다.

체스를 둘 줄 아는 자동 기계 앞에서 유럽인 들의 눈은 휘둥그러졌다. 좀처럼 당해낼 수 없는 이 놀라운 체스 머신은 유럽을 순례한다. 나폴레옹도 벤자민 프랭클린도 체스로 이를 이길 수 없었다. 딥블루의 이야기가 아니다. 터번 두른 18세기 마네킹 기계의 이야기다. 허망하게도 이 기계 안에는 마법도 CPU도 아닌 체스 도사가 숨어 있었다. 사람이 들어 앉아 있던 ‘인공적’ 인공 지능 기계 터크(Turk)의 이야기다. 이야 말로 풍운아적 기술 사기의 원형이라 할 수 있을까?

터크가 돌아 왔다. 아마존의 SOA 웹서비스 Mechanical Turk(http://www.mturk.com/)는 기계보다는 사람이 잘 할 수 밖에 없는 일, 예컨대 시각적 인식 작업을 사람에게 시키고, 그 값을 쳐준다. 표준화된 인터페이스(WSDL)를 통해 사람이 시스템을 향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역발상의 SOA다.

표준화가 가능하다면 사람도 모듈화의 대상이 된다. 번역이나 법률 상담과 같은 서비스들은 모듈화되어도 좋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식 검색도 이런 것이다. 돈도 아닌 겨우 내공을 얻기 위해 스스로 모듈이 되어 포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진대.

앞으로는 선진국의 시스템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3세계의 인간 모듈들이 열심히 일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도로, 중국으로, 작금의 오프쇼어 트렌드를 생각해 보면 무리한 일도 아니다.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만 계약한 채,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내 시스템의 사용자는 내가 제공하는 기능이 사람인지 프로그램인지 몰라도 되고 알 수도 없다.

최근의 비동기 트랜잭션 유행 하에서는 응답 시간의 차이 만으로는 섣불리 사람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없다. 블레이드러너에서 리플리컨트를 구분하는 법을 써야 하나, 튜링 테스트를 거쳐야 하나. 리플리컨트는 ‘인간보다 인간답게(more human than human!)’의 모토 하에 만들어졌지만, 인간이 들어 있는 SOA 모듈은 기계보다 더 기계다워지려 하고 있다.

언젠가 머지 않은 미래에, IT를 모듈화하기 위한 SOA에 의해, 인간 스스로가 모듈화되어 21세기의 벨트 컨베이어 앞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아, 포스트 모던 타임즈… @

작성자 : 김국현(IT평론가)

작성일 : 200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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