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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色 이기지 못하면 重用하지마라

酒色 이기지 못하면 重用하지마라

손자병법과 21세기 리더십(24)

글 박재희 철학박사·EBS-TV ‘손자병법과 21세기’진행 ( taoy2k@empal.com <mailto:taoy2k@empal.com>)

일러스트 김회룡

손자병법의 목표는 조직이 강해지는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모든 메시지는 조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보면 해석이 명료해진다. 손자병법에서 제시하는, 조직이 강해지기 위한 해답은 다양하다.

시스템(法)을 개선해 영웅주의가 끼어들 여지를 없애거나, 공평한 법 적용을 통해 인정주의를 타파하는 것도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객관적인 분석을 숭상하고, 주관적인 감에 의한 조직 운영을 경계하는 제언이다.

‘노획한 전리품을 병사들의 공에 따라 나누라’는 손자의 메시지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전승의 의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이다. 이런 다양한 방법들 중에서 특히 유능한 장군을 정확히 알아내고, 그의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라는 이야기는 손자병법뿐 아니라 거의 모든 병법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무임승차 조직원은 과감히 제거

인재를 구하라! 이 명제는 손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 오너인 군주가 언제나 잊어서는 안될 화두였다. 변화의 시기에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에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고 등용하는 일이야말로 조직을 강하게 만들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었다.

당시 활동하던 공자(孔子)나 노자(老子) 같은 지식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당시 오너들에게 정책을 홍보하고 다녔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그들이 제시한 정책을 모아 놓은 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논어나 노자 같은 고전들이다.

당시 제후들은 새로운 인재가 자신들의 국경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언제나 그들을 만나보려고 했다. 지도자들은 그들을 만나 자신이 이끄는 나라(조직)를 강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질문과 토론을 했다. 오너의 뜻과 부합되는 인재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특채해 중책이 맡겨졌다.

물론 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제(齊)나라의 유력한 지도자는 3천여명의 식객(食客)들을 거느리며 그들의 경비를 모두 부담했다고 한다. 인재는 그만큼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인재를 구별하는가?’였다. 맹자는 사이비(似而非) 인재들을 경계하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당시 인재 우대 분위기에 편승해 능력도 없으면서 후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을 약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능력도 없으면서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무임승차(free rider) 조직원들이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는 20:80의 이론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그는 20%의 사람들이 80%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고 1백년 전에 지적했다. 적당히 놀고 먹으면서 20% 사람들의 노력에 편승하는 80%의 무임승차자는 어느 조직에나 있다.

강태공의 8가지 인재 판별법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구별해 전향시키거나 제거하느냐다. 이렇게 인재를 판별하고 평가하는 일은 조직의 리더가 하는 역할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손자병법보다 앞서 강태공이 지었다고 하는 육도(六韜)라는 병법서에는 인재를 판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8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명 ‘팔징지법(八徵之法)’으로 부르는 오너의 인재 판별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게 해 그 사람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상세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한다(問之以言以觀其詳). 인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업무에 대한 지식과 능력이다. 학벌이나 연줄이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적어도 3천년 전 병법에서 말하는 인재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실력이었다.

둘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반응을 관찰한다(窮之以辭觀其變). 인재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을 예를 들어 그 사람의 위기 대처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수많은 조직원들을 지키려면 어떤 위기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예측하고 대안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다.

셋째 주변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성실성을 관찰한다(與之間諜以觀其誠). 오너 앞에서만 잘하고 주변 사람에게 성실하지 못하다면 인재라고 할 수 없다. 유능한 인재는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평소에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는가를 살펴야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수신(修身)과 제가(齊家)가 안된 사람이 조직에서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하기는 힘든 법이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지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사람이라면 결정적일 때 조직에 해를 끼친다. 인재를 판별하려면 주변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관찰한다(明白顯問以觀其德). 사랑하는 부하가 죄를 저질렀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인이 적과 내통하는 간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단순한 질문을 던져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것도 인재 판별법 중 하나다. 어떤 대답이 나오든 그 판단의 기준은 오너에게 있다.

다섯째 재무관리를 맡겨 보아 그 사람의 청렴함을 관찰한다(使之以財以觀其廉). 재물 앞에서 명백한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다. 재물을 소중히 여기는가 아니면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가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항목이다.

어떤 조직이든 재물 앞에 약한 사람이 롱런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 재물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의 최고가 되는 희망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여섯째 여색으로 시험해서 그 사람의 정조를 관찰한다(試之以色以觀其貞). 여색(女色)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나 보다. 여색에 빠져 조직을 무너뜨리고 일을 그르친 예는 무수히 많다.

일곱째 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고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한다(告之以難以觀其勇). 지금 반대파가 정권을 잡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회사의 기밀이 누출되어 위기에 빠졌다.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을 통해 그 사람의 판단과 결정을 지켜본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조직의 위기에 용기를 가지고 나서는 사람은 그 조직에 진정 필요한 인재다.

여덟째 술로 취하게 해 그 사람의 자세를 살핀다(醉之以酒以觀其態).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리게 한다. 술에 취하면 판단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인재로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다. 취중에 조직의 기밀을 누설할 수도 있고, 술에 의해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인재 판별법을 간단히 요약하면 업무 능력, 위기관리 능력, 성실성, 인격, 청렴함, 정조, 용기, 술을 이기는 자세 등이다. 인재를 판별할 때 개인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관찰·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하고 판단해야 진짜 옥석을 가릴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간에 잘 보이기 위해 얼마든지 위의 8가지 조목을 꾸미거나 가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 길을 가봐야 천리마를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봐야 인재를 알 수 있다’는 동양의 지혜가 있다. 오랜 기간이 지나면 사람은 반드시 속을 보이게 된다. 아무리 자신의 본심을 감추려 해도 오랫동안 감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인재는 조직의 시스템을 바꾸고, 바뀐 시스템은 조직원들의 능력을 높인다. 결국 조직의 미래는 능력과 열정을 가진 인재가 그 조직을 위해 뛰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 지도자들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천리의 수고를 멀다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천금도 아끼지 않고 투자했던 것이다.

인재는 찾아오기도 하지만 찾아 다녀야 한다. 맛있다는 음식점은 천리도 멀다 않고 찾아 다니면서 유능한 인재는 왜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지 않는가?

위기에 빠진 유비는 남양(南陽)의 궁벽한 시골까지 찾아가 제갈공명(諸葛孔明)에게 삼고(三顧)의 예를 갖췄다. 그리고 공명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로 천하의 한 기둥으로 설 수 있었다. 조직의 영원한 생존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인재를 찾아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입력날짜 200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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