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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직원들의 콩가루 부서

싸가지 없는 직원들의 콩가루 부서

콩가루면 좀 어때!

1+1=3.

소위 ‘시너지 방정식’은 각각 따로 있을 때 보다 합쳤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 성립한다. 회사는 사실 이런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

부서 하나를 보자. 명령을 내리는 상사가 있고 그 명령을 각각 맡은 분야에서 소화하는 부하 직원들이 있다. 부서장은 방향을 잡고 마감과 목표를 정해야 하지만 세세한 것까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세세한 것을 챙겨야 하는 직원들은 그러나 그만큼 책임도 적게 진다. 역할 분담과 명령,보고 체계로 부서는 돌아간다. 각각 맡은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10명이 일하는 부서는 시너지효과에 의해 10명의 개인 보다 훨씬 막강해야 옳다.

그런데 실제도 그런가? 대부분의 부서에서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서너명에 불과하다. 능력 문제도 있겠지만 역할 분담 자체가 엉터리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내 일’ ‘네 일’은 있지만 어정쩡한 회색 지대에 있는 일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방치 된다. 사람들에 치여서 역(逆)시너지효과가 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이다.

회사 사회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월급이 직장 생활의 전부일 것이라고 쉽게 단정한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곳이 즐거운 일터, 보람있는 직장이라고 느낄 때는 자기가 해야 할 바로 그 일을 자신이 하고 있고, 그 일이 즐거울 때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일이 손에 익어 쉬어지고 그래야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

반대로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 일에 종일 매달려 있으면서도 상사에게 불평 한마디 못하고 가슴 앓이를 할 때, 일터는 고통의 공간으로 변한다. 은연 중 자라나는 관료주의와 꽉 막힌 의사소통 채널이 많은 직장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셈이다.

필자는 이런 벽을 허무는 것은 결국 ‘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조직개편도 좋고 권한 이양도 괜찮지만 직장 문화는 제도로 바뀌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키를 쥐고 있는 상사들이 솔선수범해 열린 자세를 보여줄 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달라”고 말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워낙 막혀있는 만큼 왠만한 조치로는 부서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어렵다. 필 자는 그래서 “콩가루 부서면 어때! 큰 일만 신경쓰라구!”하는 파격이 때론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자, 당신이 출근하니 책상에 이런 메모가 있다. “부장님, 저 오늘 월차 쓰겠습니다. OOO 올림.” 당신은 이 메모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다른 예로, 한참 다른 직원들이 일에 바빠 허둥대고 있는데 퇴근 시간이 됐다고 그냥 나가버리는 사원을 볼 때 또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결론부터 당겨말하면, 그들에게 보람된 일터를 제공하려면 그런 ‘건방진’ 일들도 그대로 이해해줘야 한다. “나는 이제껏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라는 말로 울분을 토할 일이 아니다. 그 사원들이 맡은 일을 다 했다면 기존 관행 같은 것을 깨는 그런 ‘용기’를 높이 사 줄 일이다.

몇년전에 만난 대기업의 한 사장은 “일을 제대로 끝낸 간부는 회의 때 의자에 등을 척 기대고 건방을 떨지만 일을 못 끝낸 사람일수록 책상에 바싹 다가앉아 메모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태도를 따질 것인가, 당신의 믿음을 나눠줄 것인가?

당신이 쥬니어 직원이면 상황은 꼭 반대다. 불평불만을 가슴에 두지 말고 자기 권리에 충실해야 당신이 지내온 방식에 맞지 않은가? ‘건방지다’라는 소리 좀 들으면 어떤가. 눈치 보지 말라.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하라. ‘직장 살이’도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을 수록 고달퍼진다.

직장 사회는 이제 프로화돼가고 있다. 프로의 세계에선, 다소 ‘싸가지’가 없어도, 사생활에 문제가 있어도 게임에서 이겨주면 그만이다. 기가 살아 요동치던 직원들이 회사에만 들어오면 똑 같은 물건이 되는 현실이 계속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가 살아 움직이는 회사라야 말 그대로 즐거운 일터가 될 수 있다. 간부들의 열린 자세가 그 바탕을 일궈가는 열쇠인 것이다.

권영설의 직장인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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