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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할 일들

언젠가 할 일들

어떤 책은 사자 마자 읽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몰입이 되어 끝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보다 말다를 반복하는 책이 있다. 몸에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영 끌리지가 않는 것이다. 몇 장 읽다 접어두고, 몇 장 읽다 포기하기를 거듭하는 것이다. 늘 언젠가 시간이 되면 끝장을 보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한 번도 그 결심을 실천한 적은 없다. 몇 장 읽다가 이내 이 책은 아니다 싶은 책이 있다. 이런 책들은 오히려 갈등이 적다. 대강 큰 제목만 보고 책장 깊숙이 꽂아 두거나 버리기도 한다.

확률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좍 읽는 책은 5 퍼센트도 안 된다. 그냥 버리는 책 또한 5 퍼센트 미만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책들이 좋은 건 알겠는데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내 책상은 언제나 언젠가 읽을 그런 책들로 가득하다. 그런 책들이 많이 있으면 영혼이 맑지를 않다. 할 숙제를 놔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내 플래너에는 언젠가 할 일로 그득하다. 전화 걸 사람, 만나야 할 사람, 쓸 글들, 답신 쓸 곳들… 바쁘다는 핑계로 여러 일을 미루면서 내가 좀 더 강한 실천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늘 하고 있다.

최근 “First, breaking all the rules”란 책을 번역했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이 책은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는 리더를 기를 수 없다는 요지이다.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고, 격려하고, 보상하고, 임파워먼트를 시킴으로서 리더십을 기른다는 기존의 방식은 말은 그럴 듯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잘 하는 사람을 더 잘 하게끔 차별화하고 못 하는 사람은 아예 매니저에 오르지 않게끔 함으로서 좋은 사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 방법이다. 아무리 회사가 좋고 사장이 최선을 다 해도 부서별로 만족도와 이직률과 성과에서 차이가 큰 것은 매니저들의 잘못 인만큼 좋은 리더를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이 교육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비전 부재가 아니라 직속 상관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그런 줄거리의 책이다.

며칠 전 이 책으로 인해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님의 전화를 받고 그 회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사장님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바이오 관련 사업을 20년째 하고 있고 좋은 회사를 만들고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고, 좋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직원들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 나름대로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지요. 뭔가 이론과는 다르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라는 그런 느낌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동안 가졌던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라는 얘기였다. 언뜻 보기에도 이 회사는 달랐다. 친절한 직원들, 회사 초입에 붙여놓은 사명서, 사장 방을 가득 메운 수많은 경영 관련 책들, 호기심과 배우려는 자세와 겸손함으로 무장한 진지한 사장님의 모습에서 이 회사가 범상한 회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그 사장님 얘기를 들었다. “별 것 아닌 제가 이 정도의 사업을 일군 이유는 실천력입니다. 옳다 싶으면 실행을 하는 겁니다. 틀리면 나중에 고치면 되거든요.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실천이 낫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런 만큼 제가 높게 평가하는 사람 역시 실천을 잘 하는 사람입니다. 약속 잘 지키고, 시간 잘 지키고, 반응이 빠르고, 이메일 답신이 빠르고, 행동이 빠른 사람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고 팀장들에게 ‘팀원들의 장단점을 아는대로, 느낀대로, 필요하면 면담을 한 후 언제까지 제출하라’ 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40분만에 보고 한 팀장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미 팀원들에 대해 파악이 끝난 상태지요. 게다가 무엇이 급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람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지는 짐작이 가시죠.”

핑계를 대면서 이메일 답신을 미루어 왔던 일, 고객에서 보내기로 한 제안서를 늦게 보냈던 일,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미루어 왔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역시 성공한 사람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그 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행하는 것이다.” 라는 중국 격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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