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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을 고맙게 여깁니다

없는 것을 고맙게 여깁니다 기자란 전문 구경꾼입니다. 세상의 곳곳을 다니며 이 사람, 저사람을 만나고 이곳저곳에서 일어난 일을 잘 봐두었다가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주요업무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세상과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본의 아니게 겸허해집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혹은 고위층에 올라가 매스컴의 찬사와 집중조명을 받던 이들이 얼마후에 사업이 망하거나 부정사건으로 구속되는 일을 허다하게 봅니다.

‘성공 스토리’를 전할 때 그렇게 멋지고 근사해 보이던 얼굴들이 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거나 수의를 입으면 ‘타고난 범죄형’으로 보이는 걸까요. 잠시 그들의 재력과 권력을 부러워하던 마음은 자신의 평범함에 대한 안도감으로 바뀝니다.

신이 작정하고 빚은 듯한 완벽한 몸매에 천사 같은 얼굴, 한번 빵긋 웃으며 CF를 찍으면 수억원대를 벌어들이는 스타들도 알고보면 속썩이는 가족, 배신한 연인 등 치졸한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치질이나 무좀 등 말못할 고민도 많더군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살이 찌거나 피부가 나빠질까봐 끊임없이 피부관리실과 병원을 드나듭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제니퍼 로페즈나 마돈나의 몸매는 1년에 수억원의 트레이닝비용 등 관리비가 든 ‘돈이 만든 몸매’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들도 남편에게 얻어 맞기도 하고, 성형중독으로 얼굴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얼굴과 몸매로 승부하는 직업이 아닌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최근 연예계를 시끄럽게 하는 이른바 ㅇ양 납치사건도 그렇습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범인은 고급외제 승용차광으로 마침 모 호텔 주차장에서 그 외제승용차를 타려는 ㅇ양을 발견하고 납치를 했다고 합니다. 만약 그 외제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았으면 ㅇ양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될 이유도 없지 않았을까요.

외제승용차는커녕 운전면허증조차 없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신세를 한탄하다가도 이런 사건을 접하면 다시금 무소유의 미덕에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감독 겸 배우 우디 앨런은 “막연한 공포보다는 확실한 불행이 낫다”고 했습니다. 내 돈이 사라질까, 내 미모가 사그라질까, 납치나 협박당하지 않을까하는 공포에 시달리기보다 별로 가진 것 없는 확실한 불행함이 훨씬 견디기 쉽다고요. 정말 불행해서 다행입니다.

/유인경·여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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