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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뽑았으면 의심말고 맡겨라

일단 뽑았으면 의심말고 맡겨라

孫子兵法과21C 리더쉽⑭

글 박재희 철학박사 EBS-TV ‘손자병법과 21세기’진행 ( taoy2k@empal.com <mailto:taoy2k@empal.com>)

군주(君主)가 오너라면 장군(將軍)은 전문경영인이다. 제(齊)나라 출신 손자는 초빙된 외국인 CEO였고 그를 헤드헌팅한 군주는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였다. 손자병법에서는 특히 이 부분, 즉 오너와 경영인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오너는 자신을 대신해서 초빙한 능력 있는 경영인이 이익을 남겨주기를 원한다.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 병사, 무기 등을 투자한 군주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에서 패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전방에서 병권(兵權)을 받아 지휘하는 장군의 작전과 현장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 관심은 종종 각종 간섭과 규제로 이어진다.

오너의 지나친 간섭은 조직 운용에 방해

그러나 이런 각종 간섭은 현장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장군의 활동을 제약하고, 작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후방의 군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과 전방의 장군들 간에 갈등이 깊어져 적군과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내부 갈등 때문에 전쟁에 패배하는 일도 발생한다.

역사적으로 내부의 불화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결국 적은 담장 안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손자는 후방의 군주와 전방의 장군 간 화합과 내부 결속력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릇 장군은 나라를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군주와 장군의 관계가 친밀하면 그 나라는 반드시 강해지지만 군주와 장군의 관계가 소원하여 틈이 생기면 그 나라는 반드시 약해진다(夫將者, 國之輔也. 輔周則國必强, 輔隙則國必弱).”

손자는 오너의 지나친 간섭은 결국 전방부대의 부담이 되어 원활한 임무수행을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군주의 간섭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군주가 출정한 군대에 근심을 끼치는 경우가 세 가지가 있다(君之所以患於軍者三). 첫째 군대가 진격해서는 안되는 상황을 모르고 진격하라고 명령하거나, 후퇴해서는 안되는 상황을 모르고 후방에서 후퇴하라는 명령을 하는 것을 군주에게 코 꿴 군대라고 하는 것이다(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是爲 軍). 둘째 출정한 군대의 업무를 알지 못하면서 군대의 행정에 참여하려고 하는 군주는 장교들의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셋째 군대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군대의 인사에 참견하려는 군주는 장교들이 의혹을 살 것이다(不知三軍之權, 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 손자가 제시한 세 가지 군주의 간섭은 결국 작전, 행정, 인사에 대한 간섭이다.

첫째 간섭인 공격과 후퇴의 작전권은 장군의 고유 임무다. 군주의 감정이 앞서서 후방에서 공격과 후퇴를 결정한다면 자유롭게 전술을 세워 효과적으로 부대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군대의 작전은 요즘으로 말하면 마케팅이다. 영업은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영업 일선 조직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본사에서는 큰 전략을 수립하고 기획하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는 현장 조직의 결정을 무시해서는 성공하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행정에 대한 간섭이다. 사장이나 본부의 임원이 현장 사정도 모르고 현장의 행정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는 현장의 지휘관, 즉 소장이나 본부장이라는 야전 책임자가 있다.

그들이 소신 있게 자신의 조직을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으로 끌어올린 힘은 히딩크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현장의 책임자가 소신을 가지고 조직을 끌고 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끝까지 지켜본 한국 축구협회 지도자의 기다림이야말로 더욱 값진 밑천이었다.

셋째 현장 상황도 모르고 인사 행정에 끼어들어 좌지우지하는 군주는 나라 망칠 군주다. 인사권은 재정권과 함께 조직을 장악하는 두 축 중 하나다. 따라서 누구나 오너라면 그 권한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시시콜콜한 하부 조직의 인사까지 간섭하여 자신의 권한을 유지하려 하기 보다는 그들을 지휘할 수 있는 관리자를 잘 선택하여 등용하는 것이 보다 큰 리더의 모습이다.

無爲의 리더십은 적극적인 방법론

한(漢)나라 개국 공신 한신(韓信) 장군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1백만명 군사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주군께서는 몇 만의 군사도 통제하시기 버거우실 겁니다.

다만 제가 따라갈 수 없는 주군의 능력은 저의 능력을 알아보고 백만의 군사를 맡기고, 장량(張良) 같은 책사(策士)를 찾아내어 그에게 작전을 맡기고, 소하(蕭荷) 같은 재상(宰相)을 발굴하여 그에게 내정과 군수물자의 관리를 맡기시는 페하의 능력입니다. 이것이 제가 황제가 될 수 없고 주군께서 황제가 될 수 있으신 이유입니다.”

손자의 주장은 군주가 한 번 장군을 선발하고 그에게 병권(兵權)을 주었으면 믿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군주는 병사들을 전쟁터에서 잘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휘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완전히 그들을 믿고 맡기는 사람이다.

‘도덕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위(無爲)’의 리더십도 노자(老子)가 당시 지도자나 군주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군주들이여, 당신들이 직접 나서서 간섭하지 말라. 각자 맡은 관직에 적당한 인재를 배치하여 그들에게 일임하라. 그러면 모든 일은 잘될 것이다.’

이것이 무위(無爲)의 리더십이다. 무위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일단 맡겼으면 어떤 간섭도 하지 말라’는 적극적인 방법론이다. 사실 ‘직접 간섭하는 것’과 ‘간섭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중 후자가 더 힘든 것이다.

누구든 권력을 행사하고 싶고, 나서고 싶고, 간섭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손자가 제기한 ‘전장에서의 일은 한번 지휘권을 맡긴 지휘자에게 맡겨라!’는 의미는 노자의 무위의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보편성을 갖는다. ‘도덕경’ 26장에 나오는 글 중에 ‘불리치중(不離輜重)’이란 구절이 있다.

치중은 군주가 타고 다니는 수레로 사방이 천으로 가려져 있는 밀폐된 수레다. 군주는 하루 종일 길을 가거나 전쟁터에 나가도 이 수레를 벗어나면 안된다.

그곳으로부터 나와서 이리저리 간섭하고 다니면 군주의 카리스마에 손상이 가고 군주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든 사람에게 간파 당한다. 그러니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모든 장병들은 군주에 대하여 두려워하고 복종한다.

명심보감에 ‘사람이 의심나고 못 미더우면 등용하여 쓰지 말고 일단 등용하였으면 의심하거나 회의하지 말라(疑人莫用 用人勿疑)’는 사람 쓰는 법에 대한 격언이 있다. 전장에 대한 정확한 상황도 모르고 후방에 있는 군주 뜻대로 진격과 후퇴를 결정하고 명령하면 그 군대는 이미 소에 재갈을 물린 것처럼 자유자재로 작전을 구사할 수 없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현지 지휘관에게 일임하여야 한다.

손자는 ‘한번 맡겼으면 믿어라!’라는 말을 끝내면서 현장에 간섭하는 피해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간섭하는 군주가 있는 나라의)군대가 후방에 대하여 의혹과 회의를 가지면 이웃 나라 제후들이 이 틈을 타 공격해 올 것이니, 이것은 군주가 자신의 군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적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三軍旣惑且疑, 則諸侯之難至矣, 是謂亂軍引勝).”

한 번 임명한 사람을 믿고 기다리는 효과는 늦고 더디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아름답고 그 결과는 너무나 크다. 내가 임명한 장군과 사람들을 믿고 기다리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조직이다. 맡겼으면 믿어라! 의심나면 아예 쓰지를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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