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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계 포전인옥(抛 引玉)…벽돌을 던져서 옥을 얻는다

제17계 포전인옥(抛 引玉)…벽돌을 던져서 옥을 얻는다

글 박재희 철학박사 ( taoy2k@empal.com )

일러스트/김회룡

할인점이나 백화점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는 상품이 있다. 예를 들면 한창 배추 값이 폭등할 때 ‘배추 한 포기에 백원’이라는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단지에 나온 전략상품에 혹해 매장을 찾고 결국 다른 물건도 구매, 백화점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해준다. 시내 대형 약국에 가보면 잘 알려진 건강 드링크 가격을 동네 약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다. 약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입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밑지고 판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이 약국은 싸게 판다는 인식을 심어줘 다른 약도 싸게 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전술에 넘어간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다른 약들을 구매한다. 이렇게 전략상품을 통해 고객을 유도하는 전술은 병법 17계인 포전인옥(抛 引玉)의 전술을 응용한 것이다.

벽돌( )을 던져서(抛) 옥(玉)을 얻는다(引). 여기서 벽돌과 옥은 형상의 비유다. 벽돌은 조그만 이익이고 미끼다. 배추 한 포기에 백원이나 원가에도 못미치는 드링크가 상대방에게 던지는 벽돌이다. 옥은 목적이고 승리다. 고객을 유도해 다른 상품을 파는 것이 내가 얻으려고 하는 옥이다.

기업마다 전략상품이 있다. 소비자에게 그 기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고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특별히 내놓는 상품이다. 그러나 오직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해 모든 품목에서 이익을 남기겠다고 고집하는 근시안의 리더는 이런 전략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멀리 내다볼 줄 아는 리더는 옥을 얻기 위해 벽돌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포전인옥의 출전은 전등록(傳燈錄)이다. 당나라 때 시인 상건은 조하라는 유명한 시인이 소주의 영암사로 여행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평소에 존경하던 조하의 시를 얻고 싶었다. 이번이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 상건은 먼저 영암사에 도착해 입구 담벽에 자신이 지은 두 구절의 시구를 써넣었다.

조하가 도착해 그 시를 보고는 즉시 붓을 휘둘러 나머지 두 구절을 지어 그곳에 써넣었다. 상건이 조하의 시를 유인하기 위해 써넣은 자신의 시는 벽돌이었고, 조하의 시는 그가 얻으려고 하던 옥이었다. 후대의 문인들이 상건의 이런 계획을 ‘포전인옥’이라고 불렀다.

이 전술은 손자병법에도 자주 등장하는 전술이다. ‘상대방에게 미끼(利)를 던져 유인(誘)하라(利而誘之)!’는 구절은 전술의 주체가 되었을 때 사용하는 전술이고, ‘상대방이 미끼로 던진 부대는 절대로 공격하지 말라(餌兵勿食)!’는 것은 상대방의 전술에 말려들지 말라는 전술로 객체가 되었을 때 사용하는 구절이다.

포전인옥의 전술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을 미끼로 사용할 것인가다. 미끼를 고를 때는 상대방의 심리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관심도 없는 상품을 미끼로 사용하면 재고정리를 위해 소비자를 유인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현실에서 별 쓸모도 없는 상품을 미끼로 사용하면 기업의 인식만 나빠지게 될 것이다.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선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소비자들의 기호와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현실감각을 익히고 공부하는 것이 유능한 리더가 되는 길이다.

입력날짜 200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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